1. 사방오리란?

일본 원산이다. 원산지에서는 높이 7∼10m, 지름 약 30cm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갈색이고 겨울눈은 가늘고 길다. 잎은 어긋나고 좁은 달걀 모양이거나 긴 타원 모양 바소꼴이며 길이 5∼10cm, 나비 2∼4.5cm이다.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겹톱니가 있고 뒷면 맥 위에 잔털이 난다.

곁맥은 13∼17쌍이고 잎자루는 길이 1∼2cm이다.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3월에 피고 유이꽃차례로 달린다. 수꽃이삭은 가지 끝 각 포비늘[苞鱗]에 3개씩 달린다. 수술은 5개이며 화피는 5개로 갈라진다. 암꽃은 수꽃이삭 밑에 있는, 짧은가지 끝의 포비늘에 2개씩 달리고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작은 견과로서 타원 모양이며 길이 2∼2.5cm이고 양쪽에 날개가 있으며 10월에 익는다. 사방조림을 할 때 심었으므로 사방오리라고 한다. 열매는 염료로 쓴다. 근연종 왕사방오리는 이와 비슷하지만 어린 가지와 잎자루, 잎맥 위에 털이 빽빽이 난다.

2. 이름의 유래

오리나무는 옛날 과거시험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선비에게 길동무가 돼 준 나무다. 말 그대로 5리마다 심어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상에게 아주 가깝고 중요한 나무였다. 지게·연장자루·나막신·그릇·지팡이·대장간숯 등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 염료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무를 삶으면 붉은 색이 나오고, 수피에서는 다갈색이 나며, 열매와 논의 개흙을 섞으면 검은 물이 들었다고 한다.

어망이나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 반두라는 기구에는 꼭 이 물을 들였다고 한다. 현재 오리나무는 마구 베어 써서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나무류인 물오리나무가 오리나무로 행세하고 있다. 오리나무는 못 생긴 나무가 아니지만, 예쁜 나무 또한 아니어서 조경수로는 인기가 없다. 그래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아직 산에서는 제법 볼 수 있다. 북한산을 예로 들면 산을 오를 때 10분마다 발견할 수 있다.

잎 모양새가 독특하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은 겨울에 산을 찾는 것이다. 손톱만한 조그만 열매는 마치 솔방울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그러한 열매는 겨우 내내 가지에 달려있어 눈에 쉽게 드러난다. 물오리나무를 포함한 오리나무류는 비료목이라 불린다. 자작나무과인데도 콩과식물처럼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해 생장에 이용하기 때문에 토양에 많은 질소를 가져다 준다. 보이지 않지만 땅 속에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변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

3. 술이 물되게 하는 오리나무 효능

오리나무는 호깨나무와 함께 숙취를 없애고 알코올중독을 풀며 간기능을 좋게 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는 나무이다.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친숙하지만 산에 가서 오리나무를 찾으려면 그다지 흔하지 않다. 오리나무와 사촌이랄 수 있는 물오리나무와 물갬나무, 사방오리나무는 흔하지만 진짜 오리나무는 무척 귀한 편이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라는 옛 노래말대로 오리나무는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로 오리마다 심던 지표목이다. 재질이 치밀하여 지팡이나 나막신, 그릇 같은 것을 만드는 재료로 널리 썼고 껍질에서 다갈색 염료를 얻을 수 있으므로 집 근처에 즐겨 심었다. 그러나 이 나무가 간염, 간경화, 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에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는 약나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동서고금의 어떤 의학책에도 오리나무가 간질환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민간에서 수백년 전부터 간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써 왔다. 오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큰키나무로 유리목 또는 적양이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다조라고 한다.

뿌리에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흡수할 수 있으므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또 땅을 기름지게 하므로 사방목으로 귀중하게 여겼다. 오리나무는 잎과 잔가지 껍질을 약으로 쓴다.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떫고 매우며,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작용이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진데에는 오리나무 잔가지나 껍질을 달여서 마시면 간기능이 회복된다. 오리나무는 술을 물이 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 술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산에 땔감을 구하러 갈 때도 꼭 술병을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날은 술병마개를 잃어 버려 길 옆에 있는 오리나무 잎을 뜯어 뭉쳐서 술병마개로 썼다가 나중에 술을 마시려고 보니 술이 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실제로 오리나무를 술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술이 묽어진다. 술이 화기를 많이 품고 있는 반면에 오리나무는 화기를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술의 독성이 완화되는 것이다.

잎이나 잔가지를 봄이나 여름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약으로 쓴다. 30~40g에 물 2되를 붓고 3분의 1이 되게 달여서 하루 3~5번에 나누어 마신다. 달인 물은 붉은 빛깔이 나고 맛은 떫고 텁텁하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에는 하루 100~150g씩 많은 양을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간경화로 오래 고생하면서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 보았으나 별 효과를 못보던 사람이 오리나무를 복용하여 완치되는 것을 보았다.

오리나무 한가지만을 써도 효과가 있지만 조릿대 잎, 동맥, 도토리 등을 더하여 쓰면 효과가 더 빠르다. 대구에 있는 어느 한약방은 간질환을 잘 고치는 것으로 한때 이름이 높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오리나무와 어린 보릿잎이었다. 오리나무 잎과 잔가지를 채취하여 몰래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또 보리를 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고 심어서 어린 싹을 거두어 말려서 쌓아두고 간치료약으로 썼다.

오리나무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데도 쓴다. 곧 오리나무로 목패를 만들어 그물에 꿰어 바다에 던지면 물고기가 많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족들이 이 방법을 써서 물고기를 많이 잡았는데, 이것은 그 민족들한테만 전해 오는 비결이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고 난 뒤에는 오리나무 목패를 바다에 던져 바다의 신한테 바치는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방오리나무나 물오리나무를 오리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별로 약효가 없다. 반드시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오리나무라야 술독을 풀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